나눔의글
내 삶의 방향키는 길이었다
가끔 그 어디론가 홀로 가서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나 혼자서 낯선 공간에 푹 파묻혀 숨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따라 내 몸 구석구석에서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든 사나운 바람이 분다.
길 위에서 약속되지 않은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랑처럼 이젠 기다림도 허기가 지는가 보다.
사람도 별로 살지 않은 그런 곳에서 아주 특별한 고독을 느끼고 싶다.
난 늘 힘들고 외로울 때 길위에서 서성거렸다.
보이는 길 앞에서도, 뒤에서도, 옆에서도, 이리 저리 사람을 찾는 것처럼 헤매이다가 돌아 온다.
마음 속에서 늘 정해놓지 않은 미지의 곳을 향해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나의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난 항상 길위에서 내 삶의 본질도 알아가고,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정답도 늘 길위에서 찾았다.
길은 내 인생의 빨간 신호등이 되기도 하고 푸른 신호등이 되기도 한다.
삶의 전환점도 길이 알려주었고 삶에 대한 뼈아픈 가르침도 길위에서 였다.
삶을 내려놓고 싶을 때도 길 위에 있었고, 악을 쓰며 다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길 위에서 였다.
길은 내 인생의 어머니이고 아버지라는 것을 살아갈수록 느낀다.
길은 언제 어디서나 내 기억 속의 인생인지도 모른다.
또한 내 기억 속의 길은 늘 간절한 그리움을 잉태하고 있다.
나를 부르는 그 그리움을 찾아 난 오늘도 길 위를 서성거린다.
삶의 짐을 내려놓는 순간에도 난 길 위에 있을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가까운 그 어느 날에도 그럴 것이다.
김정한- 에세이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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