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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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가 어쩌다가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자꾸 '벤처 활성화'를 부르짖어대는지는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비전 없이 뜬구름 잡는 벤처 이야기는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술 더 떠서 벤처 창업주들에게는 군 면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안을
정부에서 내놓겠다는 것이다.
IMF 이전 김영삼 정부 이후로 최고로 무능한 사람이 지금 기획재정부 장관 자리를 꿰차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하다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위 제도가 CEO 및 기업 임원들 그리고 부유층에게 합법적인 병역 기피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부측에서는 '전문연구요원에 준하는 기술이나 특허 등을 가진 벤처업체로 그 대상을 제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창업 시점부터 특허나 전문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은 그만큼 원래부터 자본이
많았던 창업주라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위 벤처창업 관련 군 면제제도는 소규모 자본으로 벤처사업에 뛰어드는 청년에게 적용되는 제도가 아니라,
돈이 많은 집안의 품 안에서 병역 기피용으로 설립하는 벤처기업에게 적용되는 제도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지.. 찬성 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위 제도를 옹호한다.
'어찌되었든.. 병역 기피용으로나마 벤처기업을 창설할 것이니 결과적으로 국가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위 논리에 대해 세 가지 반박이 가능하다.
첫째는 '벤처기업 창설자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법치주의와 사회 정의에 맞는 것인가'
둘째는 '설령 법치주의에 맞는 것이라 하더라도, 군 면제 혜택이 <제대로 된>벤처기업 수 증설에 효과가 있는가'
셋째는 '이러한 벤처기업의 수 증설이 과연 국가 경제의 성장과 고용 창출 효과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
일단 첫번째 질문부터 언급하자면..
혹자는 '올림픽 금메달 획득하는 운동선수에게도 군 면제 혜택을 주는데 이것도 법치주의를 따져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겠지만..
올림픽 금메달과 같은 명시적인 국위선양의 사례와 벤처기업을 창설하는 경우는 전혀 다른 경우이다.
벤처기업 창설은 자신의 이윤추구라는 사적인 동기에서 비롯되는 사경제적 활동일 뿐이다.
따라서 병역과 관련된 법령에서 나오는 의무부과가 사경제 활동에 의한 면제사유와 결부될 수 있다는 주장은
법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다. 법학자들이 듣고 코웃음을 칠 이야기다.
따라서 만약 벤처기업 창설자에게 군 면제혜택을 부여한다면..
재래시장에서 점포 한 개를 여는 사람에게도 군 면제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다 같은 사경제 활동인데 왜 누구에게는 혜택을 부여하고 누구에게는 부여하지 않는가?
이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명백히 위배되는 정책이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을 언급하자면...
군 면제와 '제대로 된' 벤처기업 수 증설과의 인과관계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대로 된'이라는 수식어는 벤처기업 창업주가 속칭 바지사장과 같은 존재가 아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특허나 전문연구요원이 필요한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제한을 두었다 하더라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술 한 두개쯤은 얼마든지 돈으로 사거나 회유할 수 있는 문제이다.
돈주고 기술을 구매하고 나서 자신들이 개발해냈다고 하여 특허를 신청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구매한 기술을 새로 창립한 벤처기업에 이전하고 나서 자신의 아들을 그 기업의 사장 자리에 앉혀놓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버린다.
과연 이러한 벤처기업이 '제대로 된' 벤처기업인가...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질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다.
군 면제 혜택제도는 벤처기업 창설에 대한 우회적 동기부여 제도이지, 창업에 대한 직접적 지원제도나 직접적인 동기부여 제도가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수많은 벤처기업 창업 유도정책을 펴왔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벤처기업 창업 효과가 없는가? 라는 원인을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원인과 관련없이 '군 면제 혜택'이라는 또다른 동기부여 정책만 첨가한다고 해서
벤처기업 창업 효과가 살아난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기존의 문제점 많은 벤처기업 창업환경에.. 그래도 일단 창업부터 해봐라는 식의 동기부여 정책은
근본적으로 기존의 문제점과 같은 원인을 해결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 단지 벤처기업의 수 증설이라는 변수만으로 국가경제 및 고용상황의 호전이라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정책인지는 몰라도..
정말정말 형편없고 썩어빠진 정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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